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幕間 Intrtlude
진민욱 개인전

‌2021. 11. 30 TUE  - 2022. 1. 15 SAT


‌폐쇄된 환경에서 지내야 했던 지난 1년 나는 주변에 집중하고 더 가까운 것을 섬세하게 보게 됐다.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게 하고 좋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상과 정신의 여유는 산과 강이 상징하는 탈일상적 풍경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로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걸으면서 본 도시풍경을 재구성해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익숙한 작업실길이 낯설고 생생하게 느껴졌던 순간을 상춘이라 부르고 작업의 지표로 삼았다. 상춘(常春, Everlasting spring)은 동양회화사에서 < 무릉도원도 > 같이 상상 속 이상화된 봄의 풍경으로 그려졌지만, 나는 일정 기간 산책을 반복하며 오감으로 느낀 현상- 변하는 풍경, 바람, 새소리, 주운 나뭇가지나 돌의 형태, 촉감에 영감을 받고, 선택한 대상을 옮겨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려 간다.
막간은 막(幕 : 장면)과 간(間 : 사이)의 두 개의 한자로 구성되며 연극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극적인 효과를 위해 넣는 시간의 빈틈처럼, 긴장된 일상 속 산책의 효능을 말하고 그 결과를 모아 그렸을 때 화면에서 발생하는 여운과 울림을 말한다. 감상자가 이 시공간의 틈을 인지하고 그림 속 상상의 길에 올라볼 때, 내 그림은 의미없이 분산된 사물의 나열에서 벗어나 나름의 질서를 찾게 된다.
산책 중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의 여유를 찾은 경험은 산책이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닌 정신적인 행위이며, 내가 일상에서 찾고자 하는 낙원의 흔적이 사실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게 한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상상의 산책에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Organs without Bodies
주영신 개인전

‌2021. 10. 11 MON - 11. 28 SUN


 “신체 없는 기관들”과 균형 잡기_주영신 회화에 대한 단상

‌길버트(Katherine E. Gilbert)와 쿤(Helmut Kuhn)의 『미학사』(1939)를 참조할 수 있다. 이 미학자들에 따르면 표현은 감정이입(empathy), 곧 “인간의 느낌이나 감정, 태도를 생명 없는 사물들에 투사하는”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떤 사물에 스며들어 합쳐져 있는 감정상태는 그 사물을 관통하여 그 자신의 이미지를 주조한다”는 것이다. 길버트와 쿤의 관점에서 표현은 결국 “생명 없는 것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animation of the lifeless)”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을 고려하며 다시 주영신의 회화에 접근하면 이 화가는 신체 내부의 장기(臟器)와 세포를 의학전공서나 해부학책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그리지 않았다. 일단 그 알록달록한 색채들을 말해야 한다. ‘핑크’가 유난히 두드러지지만 그 핑크는 실제 장기들의 핏빛과는 다른 것 같다. 정맥의 푸르스름한 빛깔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이 존재하지만 그 파란색은 정맥의 빛깔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색채를 주관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주영신은 징그럽다고 느낄만한 형상들을 징그럽지 않은 것으로-“예쁘게”라고 말해야 할까?- 변형시켰다. 신체 장기들의 형상 역시 해부학서의 도식을 따르지 않았다. 그것들은 몸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 엉키고 결합하여 기이한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때때로 그 장기들은 해체된 형상들로 제시된다. 심지어는 거기에 식물이나 동물 이미지들이 덧붙는 일도 있다. 따라서 주영신의 회화에서 신체 장기와 세포 이미지들은 심미적, 주관적으로 변형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로써 사물들-장기들과 세포들의 이미지-은 독특한 활기를 부여받는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종류의 심미적, 주관적 변형은 표현주의자들이 강조하는 ‘표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다시금 묘한 뒤틀림을 말해야 한다. 앞서 나는 색채와 형상들이 “주관적으로 변형됐다”고 했지만 “변형됐다”고 단언하기에는 그것들은 실제의 장기와 세포들을 꽤 닮았다. 주영신은 작업노트에서 이렇게 -다소 짓궂게- 기술했다. “이것들은 원래의 것처럼 사실적이지 않다. 결국 신체의 장기이지만 신체에 뿌리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완전히 신체 내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아니다” 이런 까닭에 주영신의 회화를 ‘표현’ 또는 ‘표현주의’와 연결하는 접근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한다. 여기에 더해 “화가의 주관화하는 손길에 의해 활기를 얻게 됐다”고 말하기에 주영신 회화의 사물 이미지들은 이미 그 자체 활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그 장기들, 세포들의 이미지는 ‘생명 없는 사물들’로 보이기보다는 처음부터 ‘생명을 지닌 활기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홍지석(Hong Jisuk)글중

 


Shining Moments
김병진 개인전

‌2021. 7. 13 TUE - 8. 20 FRI


‌인간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남게 되는데,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본인의 두려움은 경험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수집된 이미지에서 사적인 정보를 없애거나 필요한 부분만을 잘라내는 등의 과정을 통해
화면으로 옮겨진 풍경들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일상의 풍경이다.
기억의 매개체로서 존재하는 이미지를 통해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적인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공유하며 유한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위안을 건넨다.
우리의 매 순간들은 찬란하게 빛나고 사라진다. 남겨진 기억들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겪어왔던 삶의 모습이며, 앞으로 겪어야 할 삶의 토대가 되는 소중한 경험의 축적이다.

 


GUILTY PLEASURE
박서연 개인전


‌2021. 6. 7 MON - 7. 11 SUN

‌추리 소설에는 사건 발생-해결이라는 플롯이 존재한다. 박서연은 다양한 이유로 사건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악인을 둘러싼 환경과, 숨겨진 단서를 조합하는 탐정의 시선을 토대로 
반전의 실마리를 쫓는다. 그 실마리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 희열을 느끼며 본인은 
그 단서들을 ‘잘려진’ 이미지 조각으로 시각화하고 재맥락화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반전의 실마리를 유추하려면 일상적이고 의심이 가지 않는 물건이나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면 

된다. 본인은 동서양의 고장극(사극)의 추리소설에서 '결정적 실마리를 얻는 순간 혹은 물건’을 차용하여 회화 안에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든다. 그 실마리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변형 
가능한 ‘젤리, 슬라임, 뼈다귀, 풍선 등’ 본인이 상징성을 부여한 이미지 조각으로 탄생한다. 
그러나 대게 단서는 변형되고 은폐되는 법, 이러한 훼방의 상태를 제 기능을 못하게 된 
본인은 관객이 이 조각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보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반복 및 
중첩시키고 Jelly J 탐정 캐릭터를 창조하여 곳곳에 숨겨 놓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Jelly J 탐정은 소위 슈퍼 히어로와 같은 존재이며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로 묘사한다.

 


NEW REMINISCENCE
안소현 개인전

2020. 12. 1 THU - 2021. 1. 24 SUN


소용돌이 치는 나의 시공간에는 scene들이 존재한다. 내가 만났던 그 곳에서 눈과 감각으로 
박제해버린 그 씬들은 새로운 회상이 되어 내 안을 돌아다닌다. 가끔 기억들은 변형되고, 
춤을 춘다. 새로운 춤을 출때면 그것이 미화이던 합리화이던 그 순간에는 아름답게 빛난다.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회상거리들. 그 안에서 웃고, 그 안에서 울고. 그저 우리는 
삶속에서 상처난 조각들을 매우고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언제나 꿈꾼다.

 


조각적 단상 SCULPTURAL THOUGHTS
서재정 개인전

2020. 9. 29 TUE - 11. 20 SUN 


‌나의 작업은 공간을 경험하면서 발생하는 인식과 기억작용, 조형적 감각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시도이다. 이는 공간 속 또 하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공간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업의 모티브인 건축물의 기둥, 계단, 아치 등과 같은 내·외부의 구조는 다양한 
시지각적 연상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품 속 공간은 하나의 선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며, 건축적 구조가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과정을 통해 형상화된다.
이 과정에서 인식과 경험, 다양한 감각이 개입되면서 공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재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작품 속 공간은 구체적이면서도 모호한 형태이며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는 실재할 수 없는 상황의 모습으로서, 심리적인 공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현실과 비현실이 

결합된 완전함과 불완전함 사이에 존재하는 모습으로, 이 두 가지 요소는 모순되면서도 공존하고 있다. 매체적으로는 공간의 속성을 평면과 입체의 중간지점에서 바라보는 접근을 통해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경계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공간을 새롭게 조각하다’라는 주제를 통해 공간을 통한 다양한 시지각적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 작품 속 공간은 기록이나 재현의 차원과는 다르며 또한 막연한 환상만은 아닌 제 3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또 다른 세계로 확장되고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미술관 산책자
김홍식 개인전

2020. 8. 4 TUE - 9. 27 SUN


다시 환기되는 이미지의 본질

김홍식은 오랜 기간 새로운 복합매체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세계를 구축해 왔다. 김홍식이 

자신의 작업을 서술하면서 말하는 ‘통합된 미디엄’은 그러한 복합매체적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활용한 작업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매체적 특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이미지들이 갖는 이중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의 작품들은 평면에 재현된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이미지들은 평면의 한계를 초월하여 돌출된 풍경으로서의 속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러한 이중성은 전시된 작품들의 한 축인 뮤지엄의 전시장 풍경이나 거리의 풍경을 다루는 다소 넓은 
화각의 연작들에서는 물론이고, 대조적으로 내부 구조가 돌출된 여성 하이힐 이미지나 과장된 
붉은 입술 이미지 등 대상이 간명하게 드러난 계열의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미지 자체의 구성이나 사실성 보다 다루는 재료에 대한 장악력에서 비롯된 작가의 표현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 배치된 작품들 중 다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의 전시장 풍경을 담은 것들이다. 미술관을 방문한 김홍식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미술관 내부에 산재하는 유명한 작품들보다 

그것들을 보기 위해 운집한,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스펙터클이었다. 요즈음 미술관의 풍경들이 그렇듯, 작품 속 관객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꺼내들고 
작품의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대상의 이미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디엄에서 
재현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대상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하나의 
시선의 대상으로 환치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중의 풍경은 두 개의 거울이 마주한 공간에서 
끝없는 환영의 공간이 연출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이중성은 작가의 터치에 의해 개입된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는 금색 프레임을 통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유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풍경에서도 등장한다. 작품에는 금관이나 초상화 앞에서도 여전히 대상을 관조하기보다 새로운 수단으로 대상을 매개(mediation)하는 관객들의 풍경이 재현된다. 작품 앞의 사람들이 취하는 어색한 제스쳐는 유물이 가진 역사성이나 화려함 등과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상황은 전시장 공간의 이미지 매개와 그로 인한 이국적 장면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뮤지엄이라는 공간의 본성을 이루는 기념주의적 태도가 빚어내는 풍경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었음을 알게 한다.
(중략)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오늘날, 이미지는 이제 손쉽게 획득하고 버릴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이미지의 소비는 결국 이미지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섣부른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여전히 이미지가 가진 다양한 속성들을 능란하게 재현하는 
김홍식의 작품은 수시로 잊어버리는 이미지의 막대한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재료와 
물성을 능란하게 조율하여 평면 이미지의 한계를 종종 초월하는 작가의 역량이 배후에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2019 고원석_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뜨개야?
이영희 개인전

2019. 12. 24 TUE- 2020. 2. 15 SAT 


‌그렇다 뜨개질 작업이다 여자들이 스웨타 뜨고 가방 뜨는 뜨개다.
코바늘 뜨개로 나는 화폭을 물들여 나갔다 나의 재료는 빛이다.
굴러다니는 끈이며 실이며 천 비닐 철사 모두 다 .
보드라운 것과 거친 것 번쩍 번쩍 빛나는 것과 어둠 같은 무광 .
보색과 다른 채도 차별성의 재료들은 섞임으로 아주 다른 빛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저절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듯 내 재료는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 단순한 색면이 되는가 싶다가 시가 되어 스토리를 내민다.
봄도 되고 크리스마스도 되고 안나카레리나의 드레스도 된다.
그건 빛이 내는 찬란한 성과다.
나는 진짜 뜨개질은 하나도 못한다 내 작품은 뜨개가 아니다.

 


구상된 추상 FIGURATIVE ABSTRACT
이대 교수 개관전
원인종, 조덕현, 이종목, 이기영, 이광호

2019. 2. 7 THU - 3. 31 SUN